고양이의 속마음을 읽는 비밀 코드

고양이는 말 대신 온몸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한 상황에서 ‘카밍 시그널(Calming Signal)’이라는 아주 미묘한 행동 신호를 보내는데요. 이 신호는 고양이가 자신을 진정시키거나, 상대방(사람이나 동물)에게 “나는 위협이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나옵니다. 이 신호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다면 고양이의 속마음을 훨씬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양이의 다양한 카밍 시그널과 그 의미, 그리고 반려묘와의 유대감을 높이는 방법까지 완벽하게 정리해드립니다.
카밍 시그널이란?
동물 행동학에서의 카밍 시그널 개념
‘카밍 시그널’이라는 용어는 원래 개 행동 전문가 투리드 루가스(Turid Rugaas)에 의해 소개된 개념으로, 동물 간 혹은 인간-동물 간의 갈등을 줄이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행동 신호입니다. 이 신호는 강아지 뿐 아니라 고양이, 말, 새 등 다양한 동물에게서도 나타납니다.
고양이의 경우,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신체 언어에 더욱 의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다가올 때 갑자기 등을 돌리거나 하품을 하는 건 단순한 행동이 아닌 ‘난 공격할 의도가 없고 그냥 조용히 있고 싶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는 야생 본능이 강해,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데, 그 중심에 바로 이 ‘카밍 시그널’이 있습니다. 집사가 이 신호들을 놓친다면 고양이는 점점 더 위축되거나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카밍 시그널이 중요한 이유
고양이는 야생에서 포식자의 입장이기보다 피식자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협을 피하거나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카밍 시그널을 발달시켜왔습니다. 고양이에게 있어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고, 자신의 공간을 지키며,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묘에게는 이러한 신호가 더 자주, 더 섬세하게 나타납니다. 집사가 이를 무시하거나 오해하면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되고, 장기적으로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고양이의 카밍 시그널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의 ‘언어’를 배우는 일과 같습니다. 이는 인간과 고양이 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고양이가 보내는 주요 카밍 시그널 TOP 10
고양이들이 보내는 카밍 시그널은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제부터 고양이들이 가장 자주 보내는 10가지 카밍 시그널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눈 깜빡임과 느린 윙크
고양이가 천천히 눈을 깜빡이거나 한 쪽 눈으로 윙크를 한다면, 그건 최고의 애정 표현입니다. “난 너를 믿고 있어”, “난 지금 편안해”라는 의미죠. 이런 행동은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걸 위협으로 여기는 고양이 특성상, 눈을 일부러 감음으로써 공격 의도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럴 때 집사도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응답하면 고양이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고양이와의 소통을 위한 ‘느린 눈 인사’라고도 불리며, 신뢰를 쌓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고양이 간에도 이런 눈 인사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 두 마리가 서로 친밀하거나 동거묘일 때 자주 주고받으며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합니다.
고개 돌리기와 시선 피하기
고양이가 갑자기 당신의 얼굴이나 손길에서 고개를 돌린 적 있나요? 실망하거나 삐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건 “나는 공격하고 싶지 않아”, “지금은 거리를 두고 싶어”라는 평화의 제스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양이의 세계에서는 ‘직접적인 눈 맞춤’이 위협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위협을 피하려는 본능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시선을 피하는 겁니다. 심지어 낯선 고양이를 만났을 때 이 카밍 시그널을 먼저 보내서 싸움을 피하려고 하기도 하죠.
이때 억지로 얼굴을 들게 하거나 눈을 마주치려고 하면 고양이는 더 큰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자연스럽게 고양이의 리듬을 존중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털 고르기(그루밍)
고양이가 갑자기 손을 핥거나 몸을 열심히 핥는 경우, 단순한 위생 관리일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이는 전형적인 카밍 시그널이기도 합니다.
특히 모르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집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을 때, 병원 대기실처럼 긴장감 넘치는 장소에서 이런 행동이 자주 나타납니다. 이건 고양이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일종의 ‘셀프 테라피’인 셈이죠.
더불어, 사회적 상황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하는 ‘전환 행동’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색하거나 긴장된 상황에서 갑자기 손을 핥는 것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무의식적 시도일 수 있습니다.
하품과 스트레칭
고양이가 자주 하품하거나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대부분은 피곤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것 또한 대표적인 카밍 시그널입니다.
고양이는 위협을 느낄 때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일 때 하품을 통해 긴장을 풀고, 스트레칭을 통해 몸의 근육을 이완시킵니다. 특히 병원 대기실이나 낯선 사람 앞에서 자주 나타나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칭을 할 때는 천천히 등을 아치형으로 만들거나 앞발을 길게 뻗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행동은 몸의 균형을 회복하고 자신감을 얻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워 있기
고양이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웅크려 있는 경우, 이를 “잠이 오는구나”라고 쉽게 넘기기 쉽지만, 실은 외부 자극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 자세일 수 있습니다.
특히 낯선 환경이나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는 이런 자세로 자신을 보호하며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또한 “나 건드리지 마”, “난 지금 조용히 있고 싶어”라는 무언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땐 고양이에게 조용히 공간을 내어주고, 억지로 쓰다듬거나 만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고양이도 자신의 리듬을 유지하며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습니다.

상황별로 해석하는 고양이의 카밍 시그널
고양이의 행동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하품이라도 평화로운 낮잠 시간에 하는 하품과, 병원 대기실에서의 하품은 전혀 다른 감정을 의미하죠. 고양이의 카밍 시그널을 이해하려면 이처럼 맥락에 맞는 해석이 필요합니다.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
처음 보는 손님이 집에 오면 고양이는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이때 흔히 나타나는 행동이 숨기, 고개 돌리기, 냄새 맡는 척하면서 멀어지기 같은 카밍 시그널입니다. 이는 “나는 지금 긴장했어, 하지만 공격적이지 않아”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행동입니다.
어떤 고양이는 방 구석으로 숨어버리고, 또 다른 고양이는 손님의 신발을 킁킁거리며 관찰하는 척하면서 거리를 둡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억지로 고양이를 꺼내거나, 안아주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고양이가 스스로 나올 때까지 자유롭게 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또한, 고양이가 느린 윙크를 하거나 옆으로 누워서 발을 핥는다면 어느 정도 편안해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손님도 고양이에게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나는 안전한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동물 병원 방문 전후
병원은 대부분의 고양이에게 극도의 스트레스 공간입니다. 이동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고양이는 이미 불안 신호를 보냅니다. 자주 나타나는 카밍 시그널로는 하품, 과도한 그루밍, 몸 떨기, 고개 돌리기 등이 있습니다.
진료대 위에서는 귀가 뒤로 젖혀지거나, 입을 다문 채 미세한 혀 내밀기 등의 행동도 보일 수 있는데, 이는 고양이가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반응입니다.
병원에서 돌아온 후에도 고양이는 일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특히 동거묘가 있는 경우, 병원 냄새로 인해 서로를 못 알아보고 싸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땐 잠시 따로 격리하여 안정을 취하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카밍 시그널을 보며 고양이가 평정심을 되찾았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이사를 했거나, 새로운 가구가 생겼거나, 반려인이 바뀌었을 때 고양이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낯선 냄새와 소리에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받기 쉽고, 그에 따라 숨기, 털 고르기, 냄새 맡는 척하기, 낮은 자세로 걷기 같은 행동이 두드러집니다.
처음 이사한 공간에서는 고양이가 좁은 구석이나 소파 밑에 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히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찾는 생존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너무 많은 자극을 주면 오히려 적응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카밍 시그널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줄어들게 됩니다. 고양이가 편안해졌다는 신호로는 천천히 주변 탐색하기, 머리를 문지르기(마킹), 스트레칭 자주 하기, 앞발을 모으고 앉기 등이 있습니다.
카밍 시그널을 이해하면 좋은 점
고양이의 카밍 시그널을 알아채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단순한 관찰력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것은 고양이의 감정 상태를 조기에 파악하고, 문제 행동을 예방하며, 무엇보다 신뢰를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스트레스 조기 파악
고양이는 천성적으로 아픔이나 불편함을 숨기려는 본능이 강합니다. 따라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카밍 시그널을 통해 미묘한 스트레스의 징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주 하품을 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계속 털을 핥는다면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심리적 불안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특히 병이나 통증이 있을 경우에도 이상한 자세로 웅크림, 움직임 최소화, 귀 방향 고정, 혀를 자주 내밀기 같은 카밍 시그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신호를 조기에 알아차릴 수 있다면, 질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일상 속에서 고양이가 평소와 다른 신호를 보일 때, 그 이유를 파악하려는 태도 자체가 고양이에게는 안정감을 줍니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집사야”라는 신뢰가 쌓이게 되는 것이죠.
고양이와의 신뢰 형성
고양이는 낯선 존재와 거리를 두며 관계를 천천히 쌓아가는 동물입니다. 이때 카밍 시그널을 이해하고 적절히 반응해주는 집사는 고양이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느린 윙크를 보낼 때 집사도 천천히 눈을 깜빡여주거나, 고양이가 그루밍을 할 때 간섭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등의 행동은 고양이에게 “이 사람은 날 이해해줘”라는 감정을 안겨줍니다.
이런 일상적인 상호작용이 반복되면 고양이는 점점 마음을 열고, 스스로 다가오게 됩니다. 결국, 카밍 시그널은 고양이와의 소통 도구이자 신뢰의 징검다리가 되는 셈이죠.
문제 행동 예방 및 개선
고양이의 문제 행동으로 흔히 거론되는 것은 무는 행동, 공격성, 과도한 그루밍, 소변 실수 등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의 상당수는 스트레스를 제때 해소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부작용입니다.
카밍 시그널을 통해 고양이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미리 파악하면,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완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시간에 하품과 고개 돌리기를 자주 보인다면, 그 시간대의 소음이나 집사의 행동 패턴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신호에 주목함으로써, 더 큰 문제 행동을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특히 새로운 반려묘를 입양했을 때, 카밍 시그널을 관찰하며 조심스럽게 사회화를 유도하면 갈등 없는 공존도 가능해집니다.
집사들이 흔히 오해하는 고양이의 행동들
고양이의 행동은 오묘하고, 때로는 인간의 시선으로 잘못 해석되기 쉽습니다. 특히 카밍 시그널을 일상적인 동작으로만 받아들이면 고양이의 감정을 완전히 반대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하품 = 졸림”일까?
고양이가 하품을 할 때, 많은 집사들은 “피곤하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휴식 중일 땐 그럴 수 있지만, 낯선 환경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순간에 나오는 하품은 심리적 방어 반응입니다.
즉, “긴장되지만 싸우고 싶진 않아”, “나를 자극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집사가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고양이를 만지거나 놀아주려 한다면, 고양이는 스트레스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꼬리 흔들기 = 좋아하는 것”일까?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꼬리를 흔드는 이유가 전혀 다릅니다. 고양이가 꼬리를 좌우로 흔들거나, 끝을 톡톡 치듯 움직일 땐 대부분 짜증, 불만, 경계심의 표현입니다.
특히 갑자기 꼬리를 빠르게 흔들기 시작했다면, 그건 “지금 그만해”, “더 이상 간섭하지 마”라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갑자기 발톱을 세우거나 물어버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배 보여주기 = 만져도 된다”는 착각
고양이가 등을 바닥에 대고 배를 보이는 행동은 “믿고 있어”, “방어하지 않을게”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걸 “배 만져도 돼!”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한 오해입니다.
고양이는 배가 가장 약한 부위이기 때문에, 배를 보이는 건 극도로 신뢰할 때만 가능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손이 배에 닿는 순간 본능적으로 방어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를 보여준다고 해서 무조건 만지는 것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고양이의 카밍 시그널을 활용한 소통법
고양이와 진정한 교감을 나누기 위해서는 단순히 행동을 관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절히 반응하고 소통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카밍 시그널은 고양이가 보내는 ‘대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면 고양이는 당신을 “내 편”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고양이의 눈 인사에 응답하기
고양이가 당신을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면, 이는 가장 친근한 소통의 시작입니다. 이때 당신도 똑같이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떠보세요. 이 간단한 ‘느린 윙크’만으로도 고양이는 “이 사람은 날 이해해주는 존재야”라고 느낍니다.
이 행동은 신뢰를 쌓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긴장 상태의 고양이에게도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낯을 많이 가리는 고양이나 구조묘의 경우, 이런 소소한 눈 인사가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루밍 중인 고양이 방해하지 않기
고양이가 갑자기 손을 핥거나 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면, 이는 스트레스를 진정시키는 카밍 시그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이를 쓰다듬거나 안으려 하면 오히려 불안을 더 자극하게 됩니다.
이럴 땐 조용히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루밍이 끝나고 고양이가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면, 그제야 손을 내밀어도 됩니다. 이런 기다림은 고양이에게 당신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됩니다.
귀 방향, 꼬리 위치로 감정 읽기
고양이의 귀는 ‘기분 바람개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귀가 뒤로 젖혀지거나, 앞뒤로 움직이는 경우는 경계, 불안, 공포를 의미합니다. 반면 귀가 편안히 위로 서 있다면 안정감을 뜻합니다.
꼬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꼬리가 곧게 위로 올라가 있으면 이는 “나는 자신 있어!”, “기분 좋아!”라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반면 꼬리를 낮게 내리거나 흔들 경우, 이는 긴장 또는 짜증의 표현입니다.
이런 비언어적 신호들을 관찰하면서 고양이의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처할 수 있어야 진정한 교감이 시작됩니다.
고양이의 카밍 시그널을 자극하지 않는 환경 만들기
고양이가 자주 카밍 시그널을 보내는 환경이라면, 그건 이미 고양이에게 스트레스가 많은 공간일 수 있습니다. 카밍 시그널을 최소화한다는 건, 결국 고양이가 굳이 감정을 억제하거나 방어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은신처와 높이 있는 공간 제공하기
고양이는 위협을 피하거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소파 밑, 옷장 안, 캣타워 상단처럼 고양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카밍 시그널의 빈도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특히 집에 손님이 자주 오거나 어린아이가 함께 사는 경우, 고양이가 자신만의 공간으로 쉽게 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루틴 유지하기
고양이는 예측 가능한 일상을 좋아합니다. 밥 시간, 놀이 시간, 휴식 시간이 일정할수록 고양이는 안정감을 느끼며 카밍 시그널을 덜 사용하게 됩니다. 반대로 일정하지 않은 생활 패턴은 고양이를 불안하게 만들고, 더 자주 자신을 진정시키려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런 큰소리, 낯선 냄새, 불규칙한 스케줄은 고양이에게 심리적 혼란을 유발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과도한 그루밍, 몸 떨기, 숨기 등의 카밍 시그널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강요 없는 소통을 우선하기
고양이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안기 싫은데 억지로 안거나, 싫어하는 부위를 계속 쓰다듬는 등의 행동은 고양이로 하여금 자주 방어적 카밍 시그널을 사용하게 만듭니다.
반대로 고양이가 먼저 다가올 때 반응해주는 방식, 거리를 유지해주며 기다려주는 태도는 카밍 시그널 없이도 평화로운 관계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고양이 행동에 더 깊이 들어가기: 카밍 시그널을 넘어서
카밍 시그널은 고양이의 감정을 읽는 ‘입문서’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반려는 이 단계를 넘어서 고양이의 성격, 선호, 패턴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체별 성격 차이 이해하기
모든 고양이가 같은 방식으로 카밍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고양이는 매우 외향적이고 표현이 풍부한 반면, 어떤 고양이는 내성적이며 신호를 거의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런 성격 차이를 무시한 채 ‘모든 고양이는 하품을 하면 불안해한다’는 식으로 일반화하면 오히려 잘못된 해석이 될 수 있습니다. 고양이마다의 고유한 언어 패턴을 이해하려면 오랜 시간의 관찰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카밍 시그널과 공격적 신호의 경계 구분하기
카밍 시그널은 대부분 방어적이고 평화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이 신호가 무시되거나 반복적으로 무시당하면 고양이는 공격적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꼬리를 흔들고 귀를 뒤로 젖혔는데도 집사가 계속 만지려 한다면, 고양이는 이내 손을 물거나 할퀼 수 있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갑자기 화를 냈다”고 말하지만, 사실 고양이는 이미 수차례 경고를 보낸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이해하면, 단순한 공격 행동 뒤에 숨겨진 감정과 맥락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카밍 시그널이 줄어든다는 것은 좋은 신호
고양이가 일상 속에서 굳이 카밍 시그널을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면, 이는 그만큼 안정된 환경과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카밍 시그널이 자주 보인다면, 환경 개선이나 집사의 행동 패턴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카밍 시그널을 관찰하는 것만큼, 그 빈도와 맥락의 변화를 꾸준히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결론: 고양이와의 소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언어에서 시작된다
고양이는 조용한 언어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하품 하나, 고개 돌림 하나에도 수많은 감정과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카밍 시그널은 단순한 행동이 아닌, 고양이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방법입니다.
집사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은 고양이의 신호를 ‘먼저’ 읽고, ‘존중’하며,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인 교감은 언젠가 고양이가 먼저 다가와 자신의 배를 보여주는 그 순간, 진짜 반려의 의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s)
Q1. 고양이가 혀를 살짝 내밀고 있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A1. 혀를 내미는 행동은 귀여운 모습이지만, 스트레스 또는 집중 상태일 때 나타나는 카밍 시그널일 수 있습니다. 단, 이 행동이 반복되면 치과 문제 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Q2. 고양이가 눈을 계속 깜빡이는 건 안구 질환일까요?
A2.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편안한 상태에서의 천천한 깜빡임은 애정 표현이지만, 너무 잦은 깜빡임은 알레르기, 이물감, 결막염 가능성도 있습니다.
Q3. 고양이가 갑자기 숨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3. 고양이가 숨어버렸다면 억지로 끌어내지 말고 조용히 기다려주세요.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면 스스로 나옵니다. 은신처는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안전지대입니다.
Q4. 고양이가 계속 털을 핥는 건 스트레스인가요?
A4. 그렇습니다. 과도한 그루밍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카밍 시그널일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탈모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Q5. 고양이와 눈 인사를 할 때 어떤 타이밍이 좋을까요?
A5. 고양이가 편안히 앉아 있을 때, 당신을 바라보는 순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면 됩니다. 억지로 시선을 고정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반응하세요.